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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량 기획초대전

손미량 기획초대전

2021.12.9 (목) – 2022.1.23 (일)

쉐마미술관 소전시실

손미량의 네거티브 회화 – 몽환의 세계를 만나다

글 / 김재관(쉐마미술관 관장, 미술학 박사)

회화는 약 3만 5천 년 전 구석기시대 알타미라 동굴벽화의 그림부터 21세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많은 형식적 변화를 거치면서 현재의 예술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회화사적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사건을 몇 가지 지목할 수 있다.
첫 번째 사건은 ‘원근법의 발명’이다. 그것은 3세기경부터 ‘선 원근법’(Linear Perspective) 학자 알베르티, 브루넬레스키 등에 의해서 연구되면서 발전하여 15세기 말 르네상스 시대에 완성되어 19세기의 사실주의 회화에서 꽃을 피웠다. 사실주의 회화의 특징은 원근법의 형식뿐만 아니라 ‘명암’의 원리도 완성하였다. 사실주의 회화의 생명은 ‘깊이의 지각'(Deep concept)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원근법과 명암은 2차원 평면의 화면(캔버스)이 3차원의 일루전으로 보이는 착시 입체로 만들어지게 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두 번째 사건은 사실주의를 해체시킨 피카소의 ‘입체파’의 발명이다. 사실주의가 1초점 원근법에 의한 기법이라면 입체파는 대상을 다초점(多焦點)으로 봄으로써 화면의 대상과 구조를 완전히 해체시켜버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입체파 등장 후에 나타나는 모든 추상회화도 큐비즘에 의해 비롯되었다 해도 조금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세 번째 사건은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이다. ‘비디오’라는 매체는 비록 과학자가 만들었을지라도 ‘비디오 아트’는 백남준이 창시자이기 때문이다. 회화가 원시미술부터 추상미술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기법적으로 볼 때 그림을 그리는 도구(목탄, 연필, 잉크, 파스텔, 콘테, 템페라, 유화물감, 아크릴 등등)와 바탕(종이, 나무판, 천, 캔버스 등)의 접합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평면 회화의 전통적 특성을 ‘비디오 아트’가 퍼펙트하게 파괴시켰다. 비디오아트는 원근법도 명암도 모두 카메라의 눈(렌즈)에 의존하기 때문에 전통적 페인팅 기법이 모두 배제되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 변종 되듯이 ‘그림’의 기법과 형식도 형식의 파괴와 변화에 따라 새로운 형식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서양화가 손미량은 스마트폰 같은 매체가 등장되기 이전까지 흔히 볼 수 있었던 사진의 원판이나 카메라의 필름의 네거티브한 이미지에서 작품의 형식을 캡처했다. 필립의 원판은 인화된 사진과는 정반대의 명암으로 이미지가 보이게 된다. 손미량 작가의 작품은 구상적 이미지이지만 네거티브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전통적 구상 회화에서의 원근법, 명암 등이 모두 불필요한 요소가 되었다.
손미량 작가는 명암을 보기 위해 컴퓨터로 흑백 전환을 하다가 우연히 네거티브 된 화면의 신비한 현상을 발견하고는 ‘정반대로 보이는 명암의 현상’, ‘보색으로 뒤바뀐 이미지의 회색 현상’을 목도하고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기쁨 같은 즐거움에 빠졌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네거티브 작업을 효율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작가 나름대로의 기법을 창안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보색 색상의 색상으로 제한하여 회색빛이 발산하는 보색의 세계를 구현하려고 함을 볼 수 있다. 또한 네거티브 회화는 명암의 반전으로 이미지가 재현되지만 기법적으로 볼 때 ‘그레이징’(Grazing), ‘스푸마토’(Sfumato), ‘스컴블링’(Scumbling), ‘그리자이유’(Grisaille) 같은 전통적인 타블로(Tableau) 기법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이미지를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회화에서 사진의 원판을 응용한 작품의 사례가 전혀 없지 않다. 렘버트 마리아(Lambert Maria)의 “LMW Pressag”(1976년 작)은 인물의 필름 원판의 네거티브 한 현상을 그대로 초상화로 작업하였고, 조겐 크라우드(Jurgen Klauke)의 작품 “Fotoarbeit”(1986년 작)은 수술실의 현장을 네거티브 기법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렇게 필름 원판의 네거티브 현상을 회화에 응용한 사례가 적지 않게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대회화에서 네거티브 기법으로 작품을 구성한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 싶다.

그래서 손미량의 네거티브 회화는 회화의 양식에서 사실주의와 추상회화와 비디오 아트의 특성을 공유하면서 창작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창의적 회화가 되려면 네거티브 리얼리티의 묘사가 아닌 네거티브 현상으로 화면이 재구성되어야만 더욱 창의적인 회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대미술 작가들은 자기 작품을 특정한 언어의 구조로 재구성하여야 한다. 예술가의 능력은 대상(Subject) 또는 생각(Idea)을 직관으로 인식하고 생략하고 변화(Deformation) 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술은, 특히 미술은 외부적 현실과 작가 자신의 내면적 세계를 순화하고 단순화시키면서 자신의 내적 세계의 법칙에 의해 새로이 구성하고 그 본질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본질이란 작가 자신의 독자적 이미지를 형성하고 내적 진실과 주관적 생명과 감정을 객관화할 수 있을 때 성공적인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