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영
앗상블라주 * , 시공간의 재배치
“그것이 현실을 생생하게 만드는 것이다.” – 존 버거
한만영 작업 세계를 지배하는 근본적 질문은 바로 “시간”과 “공간”이다 . 시간을 복제하고 공간의 시원을 탐구하는 것으로 이 질문은 구체화된 다. 비유하자면, 그는 “세상의 기원”을 찾아 헤매는 철학자이거나 인류학자와 흡사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물음은 어떻게 재현되는가? 바로 앗상블라주에 의해서다. 그의 작업 세계를 아우르는 앗상블라주는 근대적인 사고 체계를 반영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전체로서의 세계, 신학적 세계관과 달리 이질적인 파편들의 조합으로 구축된 근대성의 비유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만영의 앗상블라주 는 공간 속 에 시간을 기입하고 시간의 흔적을 공간 안에 배치 또는 확장하기 에 무엇보다 작가의 정신과 태도를 드러내는 장치이다. 여기서 앗상블라주는 조형적 방법론을 넘어선 철학적 차원의 탐구로 보아야 할 것 이다. <공간의 기원> 연작을 보면 의도적으로 원근법에 의한 착시는 제거되지만 한 화면 안에 또 다른 화면이나 입체적 공간을 개입시켜 ‘공간의 심급’을 제시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평면에 대한 한계를 초극하려는 이 같은 시도는 상자의 입체성을 활용하면서부터 더욱 활성화된다. 자세히 살펴보면, 상자 내부 측면에 거울을 붙여 그 반사효과로 그림이 지시하는 재현된 공간이 그 접면으로 확장되는데, 이는 르네상스 원근법의 질서를 전복시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에 반해 <시간의 복제> 연작은 주로 동서양 미술사에서 발췌한 이미지와 일상적 사물들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고대 유물부터 마릴릴 먼로와 황신혜, 철사, 시계 부속, 낡은 텔레비전이 포함된다. 이렇듯 동서양 미술사와 문명을 표상하는 전형적인 이미지/오브제 사용은 뒤샹의 레디메이드 그리고 워홀의 팝아트와도 자주 비견되는 점이다. 또한 오브제를 활용하는 방식은 프랑스 누보레알리즘을 연상시킨다. 당시 누보레알리스트들은 문명의 산물을 매개로 물질의 편리함을 넘어선 ‘부’ 자체를 탐하는 사회 현상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래서 누보레알리 스트들은 자본주의의 문맥에서 물질과 정신의 관계를 유추했다면, 한만영의 오브제들은 오히려 경험과 기억을 매개하는 초현실주의적 장치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서로 다른 시간, 역사, 장소 등에서 발췌한 표상들을 재조합한 앗상블라주 는 의미들의 조합이라기보다 오히려 모호한 현실을 생생하게 재현하려는 시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여기에서의 초현실은 이념이라기보다 현실을 낯설게 만드는 데페이즈망 효과에 더욱 다가가 있다.
정현(미술비평, 인하대 교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주요 개인전]
2017 <제25회 개인전>, 아라리오 뮤지움
2012 <제20회 개인전>, 노화랑
2005 <제15회 개인전>, 가나아트센터
1984 <제3회 개인전>, 동산방 화랑
1979 <제1회 개인전>, 한국화랑
[주요 단체전]
2018 <청람-the BLUE>, 성죽 구립 미술관, 서울
2012 <한국 현대 회화전>, 타이완 국립 미술관, 타이완
1995 <간뉴 국제 회화제>, 간뉴, 프랑스
1984 <한국현대미술전- 70년대의 조류>, 대북시립미술관, 중화민국
1981 <상 파울로 비엔날레>, 상 파울로, 브라질
1979 <Ecole De Seoul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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