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꿈, 대지의 꿈
권현진의 신작시리즈인 Visual Poetry는 우리를 익숙하면서도 낯선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그녀가 그려낸 색채의 흐름과 가벼우면서도 깊은 물결들, 유연한 선들을 마주할 때면 저항할 수 없는 힘찬 물결에 이끌리지 않을 수 없다. 그녀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힘은 작품효과의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우리로 하여금 세계와 우리 자신의 깊은 조화를 느끼게 하는 데에 있다.
각각의 작품들은 그녀 자신의 기억들의 층을 담고 있다. 찰나는 지나가고,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와 그녀의 영혼의 색조는 변해간다. 사라지는 찰나들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까. 권현진은 그림으로써 물음에 답한다. 이는 수세기에 걸친 화가들의 야망이기도 하다. 인상파 작가들로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추상표현주의 작가들로 이어진 회화의 위대한 전통은 자유로운 표현방식 속에서 삶의 생동감을 포착하는 방식을 발견했다. 그녀 역시도 이러한 회화의 전통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마치 바다 위에 떠있는 취한 배 한척처럼 붓이 캔버스의 표면을 미끄러지도록 두었다. 이것을 통해 불안정하면서도 매우 함축적이고 매혹적인 형태들을 그려내는 것이다. 우리가 주저없이 기쁜 마음으로 이 다채로운 색의 우주에 빠져들면 권현진은 우리에게 그녀만의 세계를 보여주지 않는다. 아크릴화의 독특한 혼합과 니스의 한 종류인 복합물은 재료 그 자체로서 그녀 작품에 드러난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우리에게 내미는 거울이다.
각각의 작품들은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추상의 차원으로 우리 각자에게 다가온다. 작품들은 하나의 거울이지만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다. 가장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는 우리의 희망, 꿈, 비밀, 감정들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우리의 눈이 그녀의 작품에 빠져들 때면 우리를 반겨주는 세계에서 떠다니거나, 대지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우리 눈 뒤에서 색들이 만들어 내는 가능한 조합들을 끝없는 흐름에 맡기면서 우리는 세계의 끊임없는 창조와 우리 자신의 정체성 확대에 동시에 관여하게 되는 것이다.
권현진의 작품들은 경험적 순간의 포착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기억의 한 층을 드러낸다. 우리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서술하지 않고도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작품들은 우리 자신과 이 세계가 창조되었던 순간들의 기억을 같은 움직임 속에서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현진의 작품들을 사로잡는 색채들의 놀이에서 우리는 그녀 자신을 발견하는 꿈꾸는 여인과 마주하고, 대지의 꿈속에서 융합되는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장 루이 뿌아뜨뱅(Jean-Louis Poite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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