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연 개인전

쉐마미술관 기획초대전
The Invited Solo Exhibition of

SEO, SEUNGYEON

2019. 3. 16SAT – 4. 28SUN

서승연의 풍경과 새로운 이미지의 구현


쉐마미술관장, 미술학박사 / 김 재 관


화가 서승연은 최근 10년 간 가장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여류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최근 작품 주제는 「풍경」 – 특히, 「도시 경관」이 주류를 이룬다. 서양화에서 풍경화는 동양화의 역사에 비해 그리 길지 않다. 동양에서 풍경화의 역사는 산수화가 등장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여기서 산수화란 풍경화가 ‘Landscape’ 즉 영어의 의미처럼 수학적, 기하학적, 원근법적 척도의 개념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비해, 동양에서의 산수화는 단지 자연의 외관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밀접한 관계를 전제로 불리는 것이며, 풍수지리의 의미도 함께 함유하고 있다 하겠다.


서양미술에서 18세기까지 고전주의적(的) 시각에 머물러 있던 회화가 19세기 근대미술에 와서 대 변화를 맞게 된다. 그러나 고전주의, 자연주의, 사실주의, 인상주의 모두가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범(凡) 사실주의라 할 수 있다. 다만 대상과 주제를 설정하는 방법과 기법과 시각이 다를 뿐이다. 사실주의는 비로소 현실적 대상으로서의 사물을 인식하게 되고, 인상주의는 대상의 실체보다 빛의 현상을 표현하는 새로운 직관을 갖게 되며 대상의 윤곽이 해체하게 되고, 신인상파의 회화는 광학과 색채학을 통한 빛을 해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근대미술에서 회화는 몇 가지 영향이 있지만, 아무래도 카메라의등장에 따른 영향이 제일 컸을 것이다. 카메라가 등장하기 이전에 ‘카메라 옵스쿠라’(Camera Obscura)라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편의 기구로 사용된 초기 카메라가 있었다. 그것은 당시 많은 미술가들 – 베네치아 화가 ‘안토니오 카날레’, ‘베르나도 벨로토’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의 ‘베르메어’와 G.M 크레스피 등 -이 이용하면서 18, 19세기에 대단히 유행했던 그림 그리는 보조 기구였다. 많은 작가들이 이 기구를 이용하여 풍경의 그림자, 광선, 원근법을 손쉽게 카피(copy)하고드로잉 할 수 있었다. 물론 ‘오스본 레이놀즈’ 같은 공학자는 이들의 이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오히려 광학적인 정확성이 절대적인 상상력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혹자들은 서승연 작가가 사진의 카피를 풍경 스케치에 활용하는 것에 대하여 비판하는 것도 아마 이러한 이유가 아닌가 싶다.
이러한 현상도 벌써 1, 2백 년 전의 일이고 21세기인 지금은 백남준의 ‘비데오 아트’ 이후, 전자, 레이저 등 첨단 매카니즘이 회화와 결합되고 있는 시대이고 사진이 버젓이 미술관의 메인 벽면을 점유하고 있는 시대이다.
그렇지만 현대미술에서 사실주의 그림은 18세기 카메라가 발명되었을 때보다도 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서양의 사실적 그림은 대부분 모뉴멘탈한 기록을 위한 방편으로 쓰였다. 가령 신화적이라든가 통치자의 신격화를 위한 방편으로 쓰였다. 그리고 19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이미지의 재현을 위한 천부적인 재능이 필요했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 그림이란, 특히 사실적 이미지의 재현은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워졌다. 그림을 그리는 기초 상식인 데생, 드로잉도 이제는 컴퓨터 기계의 작동으로 누구나 복사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이미지의 재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게 되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실체가 사실로서 존재하는 「실재의 재현」이었지만, 디지털시대의 재현은 실재의 재현이기보다 디지털 컴퓨터에 의해 조작된 「가상현실의 재현」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실재」와 「가상」
의 구분조차 어렵게 되었다. 실제로 서승연의 「회화-풍경」은 실재의 드로잉에 의한 재현이라기보다는 사진과 디지털 컴퓨터라는 매카니즘의 기술적 도움에 의해 진행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19세기의 재현의 문제는 사실주의가 추구했던 사물에 대한 인식과 함께 3차원의 세계를 실현하고자 했다면 인상파 회화는 대상의 재현을 빛과 시간으로 해석했듯이 사물을 4차원의 관점으로 해결하려고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위대했던 사상도 회화의 의미에 대한 사상이 바뀌게 되면서, 구상회화, 풍경화에 대한 새로운 개념에 따른 해석이 따르게 된다. 특히 개념미술이 등장하는 현대에 와서는 사물을 어떻게 잘 그릴 것인가 하는 대상에 대한 관점에서 물감, 캔버스 같은 물성의 문제에 대한 해석과 작가 자신의 생각으로 그림의 성격과 지위가 결정됨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다시 서승연의 작품의 개념적, 기법적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는 첫 번째로, 주제를 선택하면 ‘주제의 이미지-풍경’을 2차원의 평면 위에 안착시킨다. 사진에서 필름 속에 있는 네가티브 하게 존재하는 이미지를 인화지에 현상(現像)하듯이 캔버스 표면 위에 이미지를 디벨롭(develop)시킨다. 이렇듯이 그의 풍경 이미지는 유클리트 공간에서 ‘꼭대기’ ‘밑바닥‘ ’좌‘ ’우‘ 같은 평면 기하학의 원리도 고체기하학에서의 ’가까운’과 ’먼‘이라는 개념을 필요로 하는 원근법의 개념도 서승연의 경우에는 전혀 문제 되지 않고 있다.
“전통적인 원근법은 나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그 기계적인 처리방식으로는 결코 사물을 완전히 포착해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특히 내가 지각한 새로운 회화공간의 시각화에 매력을 느꼈던 것이다“. 는 브락크의 말처럼 형체와 형
식의 기하학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둘째, 화면 설정을 끝내고 나면 풍경 이미지들은 모네의 작품에서 다양한 구성 요소들이 수련과 물로 환원되면서 물속에 있는 것과 물 위에 있는 것이 리얼리즘의 한계와 추상미술의 경계에 있듯이 이미지가 점차 희미해지면서 시각적 이미지의 방위까지 불확실하게 된다. 물위에 떠있는 듯 물에 잠긴 듯 하며 이미지들은 더욱 불확실해지며 포스트모더니즘 회화의 중요한 개념인 모호한 특징을 갖게 한다. 일연의 현대미술 화가들이 대상의 묘사에 있어서 복합적인 표현적 형태들의 정합성을 해체하고 그 본질적인 요소들로 독특한 이미지를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서승연의 작품은 그 나름대로의 「회화의 자율성」을 획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인 관념으로 볼 때, 지금까지 회화의 표현에 있어서 일차적 관점은 철저하리만큼 색채(color)와 형태(form)의 문제에만 전념하였으며, 묘사된 대상의 가시적 체계에는 조금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미술을 주도하였다. 그들의 이러한 인식은 ” 비대상적”(non-objective)이고 “절대적”(absolute)인 미술에 대하여 분명한 정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서승연의 풍경은 객관적인 세계의 묘사와는 단절을 가능케 하면서 작가 자신만의 고유한 풍경 세계, 즉 즉물적이기도 하면서 이미지와 물(water)이 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탄생시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는 그만이 자신의 존재 목적 즉 형식의 의미에 대한자신의 감각 표현을 성취할 수 있기 위해 종래의 구상회화가 추구했던 생명이 없는 모사(模寫) 행위를 포기하고 현대미술의개념으로 해석하는 매우 창의인 ‘추상 풍경화’를 창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서승연은 본인의 말대로 물(水)로 풍경과 화면을 통합시키면서 “새로운 인생의 꿈을 만나다.”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서승연의 물에 대한 철학과 생각을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찍이 그리스의 철학자 텔레스는 ‘물은 만물의 근원과 자연의 이치를 물로 설명하였다. 물은 풍요와 생명력의 원리이며 청정한 정화력을 지니고 있으며 물의 순환은 재탄생을 의미한다. 물의 심상은 자연과 세계, 그리고 인생의 섭리 그리고 가장 자유롭고 유연한 순리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나의 작업은 만물의 근원인 물방울을 통하여 성장과 소멸, 재탄생의 순환과정을 거치면서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생명력으로 전달 받는다.”


이 글은 서승연의 작가 노트에 적혀 있는 글에서 인용한 문장이다. 내용인즉 서승연은 모든 사물이 물에서 태어났듯이 그의 작품의 모든 이미지들도 물에서 비롯되었고 그러한 근원에 따라 자신의 화면의 이미지들이 태어나고 지워지고 하는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하건데, 서승연은 지금의 작업에 대단히 흥미를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표현방법과 기법에서 볼 수 있는 주관적인 표현주의 화풍으로서의 대담한 색채와 독특한 이미지의 조형언어들에서 볼 수 있듯이 생명력의 근원으로서의 ‘물’이 지닌 생명의 힘은 그의 화면에서 강렬한 에너지 표출로 충만해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그가 자신의 작품에 흥미와 만족을 느끼듯이 서승연의 회화는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물(水)과 물(物)의 철학적 가치를 그의 화면에 잘 스며들게 하여 더욱 더 새롭고 창의적인 작품으로 만날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쉐마미술관에서 갖게 되는 ‘서승연 초대전’은 그의 회화세계의 또 한 번의 도약이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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