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순애 개인전

풍순애의 비시각적 이동 | 확산과 이동에 대한 프로젝트

2년 전, 풍순애는 「바람으로 그려진 흔적과 상흔들의 표상」이라는 테마 시리즈로 개인전을 가졌다. 그 당시 작품들은 대부분 단순한 소재로 정리 된 다분히 감성적 세계를 다룬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2년 전 개인전 평문에서 필자가 언급한 바 있듯이 그의 ‘감성의 세계’ 안에는 몇 가지 맥락을 작품 이미지의 ‘기의’로 보여주었다. 그 맥락의 개념은 두 가지로 압축해서 설명할 수 있는데, 여성성과 초현실성이 중심이 되고 있다. 여기서 여성성이란 오늘날 여성들이 추구하는 미적 표상으로서의 도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본성적 의미로서의 여성성의 기호이며, 원초적 여성의 욕망을 의미하고 있다. 또한 그가 화재(畵材)로 선택하고 있는 실크 천은 작가의 마음을 은유하고 있는 ‘기표’라 하겠다. ‘여성성’과 ‘초현실성’을 상징하는 ‘기의’와 ‘기표’로 차용된 실크 천은 비록 시간 속에 존재했던 순간들의 흔적을 은유적으로 가리키지만 매우 즉물적인 실체의 재현이다. 그러하던 풍순애에게 새로운 작품에 대한 충동감이 싹트면서 그는 그의 작품의 이미지들을 모두 지워버렸다. 지워버린 것이 아니라 해체해버렸다 함이 옳은 표현인 것 같다.

최근에 풍순애 작가는 두 가지 작업에 동시에 심취하고 있다. 첫 번째 작업은 추상표현주의 회화이다. 우리나라 현대미술에서 추상표현주의 회화는 이미 50, 60년대의 프랑스 추상미술 운동과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와도 깊은 관련을 갖고 70년대 이후 크게 유행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프랑스인의 추상주의가 독일인의 표현주의와 슬라브인의 추상주의와 다르듯이 한국인의 추상주의도 다른 양식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유럽 특히 프랑스의 추상이 엥포르멜 회화처럼, 그리고 미국의 액션페인팅 회화로 일컬어지는 그들의 추상은 매우 즉물적이고, 물성적 양식으로 전개되었음을 볼 수 있다. 즉, 그들의 추상은 역동적인 힘의 물성을 통하여 매우 에너지와 노동의 활기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한국인의 추상표현주의 회화는 대부분 감성적이고 감각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매우 심미적이면서 서정성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은 이동한다.
미술은 인간이 살아가는 무늬라 생각한다.
인간의 무늬는 다양성을 가지고 있으며 살아가는 방식 또한 다르다.
그러나 거기에는 규칙과 균형이 함께 공존한다.
규칙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같은 패턴으로 이루어져 지루함과 혼란이 있을 수 있기에
일정한 규칙이 있으면서도 모양은 다르다.
사회적 구조, 인간의 동선, 삶의 패턴, 인체와 세상의 공존하는
모든 유기체들의 확산과 이동 모두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모두 서로 다른 무늬를 가지고 살고 있지만
비슷한 무늬를 공유하기를 때론 원한다.
무늬는 인간이 꿈꾸는 모든 바램들을 나타낸다.
갈망과 변화를 위해
인간은 이동한다.
마음도 무늬도 이상도
이상을 꿈꾸는 무늬…

나는
그 무늬를 표현하기 위해
가장 추상적 기본 단위인 점(구)을 인간으로 비유하고
이동 동선 경로 표현방식을 선으로 표현하였다.
무에서 유, 시작과 움직임.
전체적 움직임의 실루엣은
이상적 움직임을 표현하고 있으며
색채는 심리적 상태의 상징성을 나타내고
부유하는 느낌으로 허상일 수도
현상일 수도, 실존일 수도 있음을 나타낸다.
패턴의 상징적 의미는
반복적 무늬의 양상성을 나타내고
규칙과 불규칙의 균형을 나타낸다.
이미 우주 속에서 결정되고 예측되어 있는 느낌들을
불규칙의 규칙으로 표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