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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순애 개인전

참여작가 : 풍순애
전시기간 : 2016년 6월 9일 ~ 6월 30일
전시장소 : 쉐마미술관
관람시간 : 9:30 ~ 18:00 (30분 전 마감)



전시내용

[풍순애의 비시각적 이동 : 확산과 이동에 대한 프로젝트]
-제2회 개인전에 부쳐-

2년 전, 풍순애는 「바람으로 그려진 흔적과 상흔들의 표상」이라는 테마 시리즈로 개인전을 가졌다.

그 당시 작품들은 대부분 단순한 소재로 정리 된 다분히 감성적 세계를 다룬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2년 전 개인전 평문에서 필자가 언급한 바 있듯이 그의 ‘감성의 세계’ 안에는 몇 가지 맥락을 작품 이미지의 ‘기의’로 보여주었다. 그 맥락의 개념은 두 가지로 압축해서 설명할 수 있는데, 여성성과 초현실성이 중심이 되고 있다. 여기서 여성성이란 오늘날 여성들이 추구하는 미적 표상으로서의 도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본성적 의미로서의 여성성의 기호이며, 원초적 여성의 욕망을 의미하고 있다. 또한 그가 화재(畵材)로 선택하고 있는 실크 천은 작가의 마음을 은유하고 있는 ‘기표’라 하겠다. ‘여성성’과 ‘초현실성’을 상징하는 ‘기의’와 ‘기표’로 차용된 실크 천은 비록 시간 속에 존재했던 순간들의 흔적을 은유적으로 가리키지만 매우 즉물적인 실체의 재현이다. 그러하던 풍순애에게 새로운 작품에 대한 충동감이 싹트면서 그는 그의 작품의 이미지들을 모두 지워버렸다. 지워버린 것이 아니라 해체해버렸다 함이 옳은 표현인 것 같다.

최근에 풍순애 작가는 두 가지 작업에 동시에 심취하고 있다. 첫 번째 작업은 추상표현주의 회화이다. 우리나라 현대미술에서 추상표현주의 회화는 이미 50, 60년대의 프랑스 추상미술 운동과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와도 깊은 관련을 갖고 70년대 이후 크게 유행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프랑스인의 추상주의가 독일인의 표현주의와 슬라브인의 추상주의와 다르듯이 한국인의 추상주의도 다른 양식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유럽 특히 프랑스의 추상이 엥포르멜 회화처럼, 그리고 미국의 액션페인팅 회화로 일컬어지는 그들의 추상은 매우 즉물적이고, 물성적 양식으로 전개되었음을 볼 수 있다. 즉, 그들의 추상은 역동적인 힘의 물성을 통하여 매우 에너지와 노동의 활기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한국인의 추상표현주의 회화는 대부분 감성적이고 감각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매우 심미적이면서 서정성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쨌든 한국의 추상표현주의 회화는 한국 현대미술의 절대적 양식으로 뿌리내려서 60년간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풍순애의 추상표현적 회화는 보편적인 한국적 추상표현주의 회화와 매우 다름을 볼 수 있다.

먼저, 그의 최근의 작업 노트를 적어 보자!

“ 인간은 이동한다. 미술은 인간이 살아가는 무늬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무늬는 다양성을 가지고 있으며 살아가는 방식 또한 다르다.

그러나 거기에는 규칙과 균형이 함께 공존한다.

규칙으로만 이루어져있다면 같은 패턴으로 이루어져 지루함과 혼란이 있을 수 있기에

일정한 규칙이 있으면서도 모양은 다르다.

사회적 구조, 인간의 동선, 삶의 패턴, 인체와 세상이 공존하는 모든 유기체들의

확산과 이동 모두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모두 서로 다른 무늬를 가지고 살고 있지만, 비슷한 무늬를 공유하기를 때론 원한다.

무늬는 인간이 꿈꾸는 모든 바램들을 나타낸 갈망과 변화를 위해 인간은 이동한다.

마음도 무늬도 이상도

이상을 꿈꾸는 무늬도 · · ·

나는 그 무늬를 표현하기 위해 가장 추상적 기본 단위인 점(구)을 인간으로 비유하고

이동 동선 경로 표현방식을 선으로 표현하였다.

무에서 유, 시작과 움직임.

전체적 움직임의 실루엣은 이상적 움직임을 표현하고 있으며

색채는 심리적 상태의 상징성을 나타내고

부유하는 느낌으로 허상일 수도 현상일 수도 실존일 수도 있음을 나타낸다.

패턴의 상징적 의미는 반복적 무늬의 양상성을 나타내고

규칙과 불규칙의 균형을 나타낸다.

이미 우주 속에서 결정되고 예측되어 있는 느낌들을

불규칙의 규칙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

풍순애의 추상세계는 불확실한 감성에서 출발한 일반적 추상작가들과 달리 매우 구체적인 개념의 바탕을 갖고 있다. 그가 말하고 있는 인간이 인식하는 ‘이동’ ‘움직임’ ‘부유(浮遊)’는 인간의 신체-자신을 가리키는 것이겠지만-가 ‘물질’로서만이 아니라 ‘복합적 존재’로서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결국 생명체란 사회, 문화, 자연환경과 일체되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고 있다. 즉, 생명체란 생명의 개체적인 특성뿐만 아니라 전체적 시야에서 바라본 사고라고 하겠다.

풍순애 화화의 또 하나의 특징은 그의 상상하는 세계들이 허상과 현상과 실존의 경계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런던대학의 이론물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보옴(David Joseph Bohm)은 “언뜻 보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홀로그램의 필름에는 전체 모습이 숨겨져 있을 뿐이다. 직접 볼 수 없는 ‘내장된 질서(implicate order-暗在系)가 존재하며 이것이야말로 세계의 본질이다.”라고 말하였다. 홀로그램처럼 암재계(暗在系)야말로 시간과 공간이 서로 섞인 형태로 존재하는 본질의 세계라고 하였다. 우리들 세계는 ’관측할 수 있는 실재‘만이 물질의 구성요소라고 믿어 왔던 지금까지의 과학과 달리 홀로그램처럼 보이지 않는 세계도 실재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풍순애의 추상의 질서(order)로 제시되고 있는 ‘이동’ ‘움직임’ ‘부유’는 보옴이 말한 ‘내장된 질서’와 같다고 생각된다.

이번 개인전에서 주로 선보이는 신작들은 추상표현적 회화를 개념적 추상으로 전환시킨 작품들이다. 중첩적 붓질로 이루어졌던 추상표현적 회화들은 보편적인 회화로 풍순애의 고유성이 부족하였던 작품임에 비하여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확산과 이동에 대한 프로젝트」는 풍순애의 새로운 회화 양식으로 도입하기에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매스로 도려낸 듯하면서 유기체 덩어리 같은 공간에 무수한 선들과 점들이 펼쳐져 있다. 우주의 은하계 같기도 하고, 우리 몸에 내장된 질서 같기도 하다.

풍순애는 그의 시각과 마음으로 보이지 않던 다른 차원의 세계와 물질성과의 상호연관성을 통해 새로운 비밀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그는 그가 생각하고 지나가는 항로를 무늬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독자적인 무늬를 표현하기 위해 가장 추상적 기본 단위인 점(구)을 인간으로 비유하고 이동 동선 경로 표현방식을 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콜럼버스가 미지의 항로를 향해 항해하듯이, 대기권 밖의 우주선처럼 우주 공간에 무수한 점을 이어가며 이동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아직은 여전히 감각에 의존하고 있다. 이제부터 풍순애는 정말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하여 데이비드 보옴이 말한 ‘내장된 질서’가 무엇인지 이해도 해야 하고, 브라이언 그린(Brian R. Greene)의 ‘우주의 구조’에 대한 리서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이러한 심오한 세계를 회화적 언어로 재현하기 위하여 단순히 아날로그적인 기법에 의존하지 않고 신비한 디지털적인 기법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단언컨대, ‘확산과 이동에 대한 프로젝트’는 풍순애의 예술가로서의 미래를 담보하기에 충분한 좋은 테마 같다.

글 / 김 재 관(쉐마미술관장, 미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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